"책을 읽을수록 멍청해진다."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? 실제로 비슷한 생각을 했던 사람이 있습니다. 지성으로 너무나 유명한, 서양 철학의 시작점이라고 불리는 **소크라테스**입니다. 플라톤의 책 『파이드로스』에서 소크라테스는 글과 책에 대해 이런 문제를 제기합니다. 글은 - 스스로를 변호하거나 설명을 더하지 못하고, - 누가 읽든 똑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고, - 질문을 받아도 대답하지 못하고, - 그래서 진짜 지혜(살아 있는 앎)가 아니라 지혜의 그림자에 불과하고, - 많이 읽어도 결국 **지혜를 가진 것처럼만 보이게 만든다.** 이런 이유로, 소크라테스 입장에서는 책이란 “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, 지혜의 껍데기만 가진 사람들”을 양산할 수 있는 도구였습니다. 극단적으로 말하면, 책은 멍청이들의 전유물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거죠. --- # AI를 쓰면 쓸수록 인간은 멍청해질까? 이 문장에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. “AI를 쓰면 쓸수록 인간은 멍청해진다.” 성형 AI를 써보신 분들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실 겁니다. - 예전엔 직접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정리·요약하던 걸, 이제는 AI가 한 번에 정리해주고, - 영상도, 블로그 글도 AI가 제목, 카피, 글 초안을 손쉽게 만들어내죠. 그래서 요즘은 “뇌를 대리맡긴다”는 표현까지 나옵니다. 뇌를 쓰는 대신, AI가 대신 생각을 해준다는 이야기죠. 그런데, 여기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. --- # 기술이 사람을 자동으로 멍청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소크라테스는 글과 책을 끝까지 믿지 않았습니다. 그래서 본인은 죽을 때까지 단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고요. 하지만 다행히도, 그의 제자인 플라톤이 남긴 책들 덕분에 우리는 지금도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. 소크라테스가 그토록 불신했던 “책” 덕분에, 그의 사유가 수천 년을 건너온 셈입니다. 비슷한 예시가 **계산기**입니다. 처음 계산기가 등장했을 때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. > “머리를 써서 암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 멍청해진다.”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땠을까요? 계산이란 작업을 기계가 대신해 줌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훨씬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,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규모의 설계와 계획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. 결국, 새로운 기술이나 매체가 등장하면 사람은 그 이전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, 고민의 형태와 초점이 달라집니다. AI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. --- # 진짜 위험한 지점: “생각을 아예 포기하는 습관”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.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. 바로 **“생각을 아예 포기하는 습관”**이 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. 최근 국내외 여러 대학에서 AI를 이용한 커닝 사례들이 계속 보도되고 있습니다. 게다가,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(Higher Education Policy Institute, HEPI)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, > 대학생의 90% 이상이 학습에 AI를 사용하고, > 상당수가 **평가 과제에 AI가 만든 텍스트를 직접 포함한다**고 응답했습니다. > (HEPI-Kortext Student Generative AI Survey 2025, > [https://www.hepi.ac.uk/wp-content/uploads/2025/02/HEPI-Kortext-Student-Generative-AI-Survey-2025.pdf](https://www.hepi.ac.uk/wp-content/uploads/2025/02/HEPI-Kortext-Student-Generative-AI-Survey-2025.pdf))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“AI를 쓰느냐, 안 쓰느냐”가 아닙니다. -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 사고 과정을 거친 뒤에 AI를 쓰는가? - 아니면 정답만 AI로 뽑아서 그대로 내버리는가? 만약 후자, 즉 사고를 통째로 생략하고 **정답만 복사해서 내는 패턴**이 반복된다면 그건 정말로 “AI를 사용해서 멍청해지는”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. --- # 정답이 아니라, 사고 과정이 중요한 이유 문제 해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. > “정답을 아는 것 =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” 언뜻 보면 맞는 말 같지만,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. 현실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는 대부분 - **정답이 미리 적혀 있지 않은 문제**, - 혹은 **정답까지 가는 길이 매번 달라지는 문제**입니다. 그래서 **사고의 과정**이 무엇보다 중요해집니다. 이걸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해주는 예가 바로 ‘요리’입니다. --- ## 재료가 하나 없을 때 드러나는 진짜 문제 해결 능력 어떤 요리를 하려고 레시피를 펼쳤다고 해봅시다. 그런데 중요한 재료가 하나 없습니다. 이때 사람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뉩니다. ### 1) 레시피 의존형 “레시피에 이 재료가 없는데… 그럼 못 하지.” 이 유형은 **정답(레시피)**만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. 문제가 조금만 달라져도, 예외 상황이 오면 바로 막힙니다. ### 2) 과정 이해형 “이 재료가 들어가는 이유는 풍미·식감을 내기 위해서니까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른 재료로 바꾸면 되겠네.” 이 사람은 - “왜 이 단계가 필요한지” - **“이 재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”** 를 이해하고 있습니다. 그래서 완벽한 조건이 아니어도, 레시피와 조금 다른 상황이 와도 자연스럽게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. --- ## 사고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‘예외 상황’ 때문이다 현실 세계의 문제는 대부분 레시피처럼 변수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. - 예산이 부족해질 수 있고, - 인원이 갑자기 줄 수도 있고, - 시장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고, - 고객의 예상치 못한 요구사항이 들어올 수도 있고, -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도 합니다. 즉, 현실에서는 정답이 아니라 **‘적응력’**이 필요합니다. 사고 과정을 통해 - 왜 이 방법을 쓰는지, - 어떤 원리가 작동하는지, - 무엇을 바꾸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를 이해하고 있어야 상황이 달라져도 다시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. --- # “결과만 얻고 과정은 생략하려는 욕구”는 원래부터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AI 커닝 문제를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로만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. 하지만, AI 이전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비율의 부정행위가 있었고,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항상 존재해 왔습니다. 다만 AI라는 도구는 - 이미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고, -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수준의 “정답 자동생성”이 가능하기 때문에, **“과정을 생략하는 습관”**을 훨씬 더 쉽게, 그리고 훨씬 더 눈에 띄게 만들어 버립니다. 기존의 사회가 성적·스펙·취업 중심 구조이다 보니 과정보다 ‘점수·자격증’을 중시하는 문화가 이미 기저에 깔려 있었습니다. 그 구조 속에서 AI는 **원래 있던 성적 압박·취업 경쟁·형식적 학위에 딱 맞는 지름길**로 붙은 셈입니다. 그래서 이걸 단순히 “요즘 학생들 문제”로 보기보다, **“생각을 포기하는 습관”이라는 더 큰 구조의 증상**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합니다. --- #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? 이 습관은 과제·시험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. 커리어, 의사결정, 윤리 판단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. ### 학생 입장에서 “최소한 이 세 가지는 내가 직접 생각해본 뒤 AI를 쓰자” 같은 **나만의 사용 규칙**을 정해두는 게 좋습니다. 예를 들면: - 문제를 읽고, **내 언어로 문제를 다시 써본다.** - 내가 먼저 떠올린 아이디어나 가설을 짧게 적어본다. - AI가 준 답을 그대로 믿지 않고, “내가 이해한 방식”으로 한 번 더 정리해본다. 이렇게만 해도 AI는 **생각을 대체하는 도구**가 아니라, **생각을 확장시키는 도구**가 될 수 있습니다. 더군다나,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AI가 일상 도구가 되어 있습니다. 학생 입장에서 AI 활용 방법을 전혀 배우지 않는다면, 오히려 그게 “죽은 지식”이 될 수도 있습니다. 결국 중요한 건 **“어떻게 쓰느냐”** 입니다. ### 학교·교수 입장에서 이제는 단순히 “AI 사용 금지”만으로는 현실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. 대신, - 암기형·요약형 과제보다는 - **AI를 써도 반드시 자신의 판단·경험·비판을 드러내야 하는 과제** 이런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. 예를 들어, - “AI가 준 답 중 잘못된 부분을 찾아보기.” - “AI 답변과 본인의 생각 차이를 비교해서 쓰게 하라.” 이런 방식으로 AI를 **“커닝 도구”가 아니라 “생각 훈련 도구”**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. 물론 이렇게 해도 이것마저도 AI 답변을 복사 붙여넣는 사람도 있겠지만, --- # 마무리: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, 생각을 외주 주는 습관이 문제다 정리해보면, - 소크라테스가 걱정했던 책, - 계산기를 둘러싼 논쟁, - 지금의 AI와 커닝 문제까지, 겉으로는 다 다른 이야기 같지만, 속살은 꽤 비슷합니다. > “생각해야 할 순간에, > 생각을 통째로 외주 주는 선택을 반복하는 것.” 기술이 발전할수록 “그냥 시키면 다 해주는 도구”는 계속 더 좋아질 겁니다. 그래서 더더욱, **생각의 과정**을 붙잡고 가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. “AI를 쓰면 멍청해진다”가 아니라, **“생각을 아예 포기하는 습관”이 드는 것을 경계 해야 하는 것** 이게 앞으로의 AI 시대에서 중요한 부분일거라고 생각합니다. [![Hits](https://hits.sh/promptminister.com.svg?style=flat-square)](https://hits.sh/promptminister.com/)